아들, 엄마를 지켜줘

육아 | 2010/07/07 02:51 | monomask
회사 일이 좀 바빠져서 한동안 블로그에 손을 놓고 있었다. 이건 작년 11월에 쓰다 만 글인데, 이제서야 완결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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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으로 두살 남짓한 된 아들이 하나 있다.

직접 해 보니까 (그리고 그보다는 더 많이 옆에서 보니까) 아이를 키우는 게 연애하는 것보다 힘들다. 아이가 뭔가 떼를 써도 화를 내도 안 되고 협상도 통하지 않고 살살 달래며 혹은 목소리 깔고 을러 가며 적절한 선에서 가르쳐야 한다. 또한 아이에게 부모의 사정이라던가 일정이라던가 하는 양해를 구하는 것은 절대 무리. 결국 이것 저것 시도해 가며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그런 작업을 계속해 가다 보면.. 지친다.

그래도 (가끔) 아이가 자랑스러울 때도 있고 (자주) 사랑스러울 때도 있고.. 이런 맛에 아들을 키우는가 싶다할 때가 많다.

이젠 우리 아이도 머리가 굵어져서 대화가 어느정도 되는 터라 출근할 때면 그냥 흔하게 "아빠 갔다올께"하고 가버리기엔 심심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떼쓰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들, 아빠 갔다올께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하고선 "너는 우리집 장남이니까 엄마 잘 지켜줘야해. 울거나 떼쓰지 말고."를 반농담으로 덧붙여주고 있었다.

며칠 전에 있던 일인데, 그날도 아침에 아이에게 "엄마 잘 지켜줘"를 당부하고 나섰었다. 오후 3시 반쯤 정신없이 일하고 있을 때 아내가 전화를 걸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몸이 많이 안 좋은데 오늘 좀 일찍오면 안돼?"하길래 집에서 일하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해놓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서 집으로 향하며 "2시간만 더 있으면 되는데 좀 기다리지.. 하고 살짝 궁시렁 거리며 집 문을 여는데, 아내가 거실에 엎어져 있고 아이가 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는 나를 보고선 "아빠"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왔고 나는 깜짝 놀라서 아내에게 달려가 괜찮냐고 흔들어보니 기절하거나 한 건 아닌데 기운이 없어서 꼼짝 못하겠다고 하길래 부축해서 (거의 업어서) 침대에 데려다 주고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면서 사정을 물어봤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좀 앉아 있다가 전화기를 가지러 가는데 기운이 없어서 기어가서는 전화만 하고 그대로 엎어졌단다. 아들은 엄마 옆에 있다가 엄마가 쓰러지니까 안방과 현관으로 달려가더니 아빠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돌아와서 엄마 옆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거란다.

내가 얘기를 듣고 아이에게 "우리 아들이 엄마 지키고 있었어?"하고 물어보니 아직도 울먹울먹하며 "응"하고 대답한다. 안은 채로 등을 두드려주며 "어이구 엄마 지키느라 울지도 못하고 있었어? 아들이 엄마 잘 지켜줘서 엄마 아무일 없네. 이제 괜찮아" 했더니 다시 감정이 북받쳤는데 한번 더 "우엥"하고 운다.

우는 걸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어린 것이 얼마나 놀랬을까, 울지도 못하고 엄마 옆에서 아빠 올 때까지 서성거리고 있던 걸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아들 엄마를 계속 지켜줘.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엄마 건강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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