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T 강국입네 하는 얘기를 뉴스 등에서 흔히들 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터넷 신문기사 댓글에서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
IT 강국은 무슨. 통신 인프라 강국이지." 개념적으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이것은 옳은 지적이다.
몇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인도 젊은이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통성명 후 그가 고향인 뭄바이에서 직장이 있는 실리콘밸리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쯤 되면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나가는 말투로 "당신은 IT 분야에 종사하는군요"했더니 놀랍게도 그의 대답은 아니란다. 눈이 둥그레져서 "아니 그럼 무슨 일을 하시나요?" "반도체 칩을 설계합니다." "그것도 IT 아닌가요?" "IT는 컴퓨터 시스템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관한 기술 아닙니까?" 외국인들의 IT 개념은 이렇게 컴퓨터에 관한 것이다.
(후략)
자.. 그 젊은이의 반응에서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 역시 IT 강국의 한국인.
위의 대화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다른 국가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한 용어가 아니라 실제로 철자가 다른 두 용어.
이쯤에서 IT가 무엇의 약자인지 생각해보자. 아니 먼저, 무슨 뜻인지부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다.
정보통신. 그러면 얼마전에 없어진
정보통신부는 IT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땡.
영어 번역을 살펴보면 Ministr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이다. 즉, IT부가 아니라 IC부..라고 불러야 한다.
이제 다시 IT에 대해 심층분석해보자.
- 북미 및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IT는 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이다.
-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IT는 Information and Telecommunication (정보통신)이다.
- 정보통신은 영어로 번역하면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이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IT를 약자로 쓰는 두 단어가 있는것은 둘째치고, 우리는 왜 한 단어를 두 가지의 영어 단어로 번역해서 사용하나?
IT(정보기술)가 어떤 뜻으로 사용되는지는
wiki를 찾아보면 나온다. "컴퓨터 기반 정보시스템에 대한 연구, 개발, ... 등과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윗 칼럼에서 나온 용어 설명과 거의 일치한다.
나는 이런 이상한 사실의 이유를 알고 있다. 학교에 몇년 전에 (아마 국공립 연구소의 임원급으로 기억하는) 한 분이 와서 세미나 중에 IT(정보통신)란 단어를 자신이 제안한 것이란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제안했다는 시기는 대충 90년대 말~2000년초로 기억한다.
즉, 정리하면 이렇다. 세계적으로 IT 붐이 일었다. 우리나라는 IT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나라였는데.. 통신 계열의 일을 하던 한 분이 자신이 하던 일을 슬쩍 IT 붐에 끼워넣고 싶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통신"은 "communication"으로 번역되는데 이를 살짝 고쳐 "telecommunication"으로 해서 갖다 붙이고 "IT=information and telecommunication"이라는 용어를 내밀었다. 이걸 언론들이 신나서 퍼뜨리기 시작했다.
본질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IT 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자찬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가서 그런 소리하면 비웃음을 듣는다. 우리나라는 컴퓨터와 관련해서 뭔가 산업이라 할만한 것도 제대로 없다. 2000년대 초 벤처 붐 일 때 진짜 IT가 좀 반짝했었지만 지금은 다 무너지고 몇몇 중소업체가 버틸 뿐이다. 주로 코스닥 상장의 포털업체들(네이버,다음 포함)인가..
그렇다고 우리나라 상황이 비관적이라는 걸 얘기하는 건 아니다. 사실 정보통신에서 정보 빼고 통신강국이라 하면 맞다. 우리 나라는 휴대폰, 광케이블 인터넷, 디지털 TV, DMB 등 통신 기술(CT)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상당히 발전한 나라이다. 이쪽으로 산업도 꽤 크다. (일단 삼성이나 LG가 세계에서도 먹고 들어가니까..) 다만 고속도로 잘 깔았다고 자동차 강국인게 아니듯이 (독일은 고속도로도 좋고 자동차도 강국이다만), 컴퓨터간 통신에 대한 인프라 잘 깔아놓았다고 컴퓨터 강국 되는 거 아니다. 내 얘기는 고속도로 잘 까는 나라는 (내부적으로건 대외적으로건) 토목 기술이 좋은 나라라고 선전해야지 자동차 강국이라고 선전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도 IT(정보기술)에 투자좀 해야하는데"라는 목소리가 나올라치면 "우리는 이미 IT(통신) 선진국인데? 투자도 많이 했잖아"라는 뻘소리가 답변으로 나와서 주장을 뭉개버린다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쪽은 이래서 거의 발전을 못하고 있다.
그냥 통신 강국이라고 하고, IT(정보통신)라는 국적 불명의 듣보잡 용어는 없애버리고 깔끔하게 CT(통신기술)라는 단어로 교체해서 쓰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진정한 IT(정보기술)를 발전시킬 여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