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란 무엇인가?

생각 | 2009/01/17 17:37 | monomask
전문가란 무엇인가? 한자로는 專門家, 영어로는 specialist 혹은 expert. 다음 사전에 의하면,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링크에서 첫번째 용례가 '경제 전문가'이네.

미네르바 얘기는 글의 흐름에서 벗어나고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일단 접어둔다. 볼 사람은 펼쳐 보세요:

펼쳐두기..


서론이 길었다. 원래 미네르바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내가 겪었던 사소한 일을 설명하려다 설명을 돕기 위해 미네르바 이야기가 잠깐 나왔을 뿐이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1.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즉 어떤 일을 맡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2.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3. 직무를 수행한 후에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공학 쪽의 일을 하기 때문에 공학도로서의 전문가 개념이 더 익숙한데, 그쪽 개념에 따르자면 전문가들일 수록 자신의 지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쉴새없이 논문을 읽고 세미나를 듣고 연구를 하는 것이 공학 쪽의 전문가이다. 자신의 주장에 오류를 발견하면 미련없이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

자연과학 쪽은 좀 덜한 것 같고, 인문학 쪽으로 가면 자기의 의견을 굽히는 일은 거의 볼 수 없다. 사실 옳고 그름이나 맞고 틀림을 따지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경제학도 사실 수학을 활용하긴 하지만 인문학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따라서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다른 전문가의 의견에 열심히 지지하는 일이 드문데, 예외적으로 미네르바는 대학 교수로부터 칭찬을 듣기도 하더라.

정말 남의 의견을 듣지 않는 전문가(이런 사람들을 전문가로 불러야하는지 모르겠다만)들이 대다수인 그룹을 둘 알고 있다. 바로 의사와 변호사이다. 둘의 공통점은 고객이 항상 아쉬운 입장이라는 점이고 (그를 이용해/혹은 그런 이유로) 돈을 많이 번다는 점이다.

병원 드라마를 보면서도 쉽게 발견하고, 직접 가끔 가면서도느끼는 점이, 의사들은 참 제멋에 산다는 점이다. "저번 의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 혹은 "정말 그런가요? 자세히 좀 설명해 주세요"라는 표현에 "절 못 믿으시면 다른 의사를 찾아가 보시죠"라고 답변하는 의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며칠 전에 와이프를 데리고 안과에 갔다가 딱 그 꼴을 당했다. 어쩌겠는가. 아쉬운 환자가 참아야지. '너땜에 시력을 잃기라도 하면 바로 소송 건다.'라고 생각하며 참았다.

의사와 문제가 생겨서 소송을 걸라치면 더 나쁜 부류를 만나게 되는데, 그건 바로 변호사다.

지난 가을 쯤에 웹을 돌아다니다 아는 사람은 알만한, 작지만 유명한(?) 번역(영문->한글) 사이트를 운영하는 변호사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물론 그는 그대로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대충 하루에 500명-1000명 정도가 방문하고 rss 구독자는 더 많을 테니(pagerank도 4나 된다), 하루에 소중하지만 30명 정도로 적은 분들이 방문해 주시는 군소 블로거인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영향력이 있는 사이트의 주인장이시다. 사실 이정도는 인터넷에서의 그의 작은 영향력일 테고 그는 실상 변호사로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는 나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대단한 사람일 테다. (모르지만 확실하다.) 그런 대단한 전문가께서 나의 작은 실수(?)에 기분나쁘다며 작성한 글의 한 글귀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전문직에 있는 사람에게 가하는 가장 무례한 일이, 저기 저 사람은 네 말과는 다른데, 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법률자문을 할 것도 아니고, 이런 무례를 용인할 까닭이 없다.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그런 전문직이 있다니! 다른 의견을 한치의 재고도 없이 '무례'로 받아들이다니. 혹시 오해하는 분이 있을까봐 부연하자면 나는 이 사람이 변호사인 것은 사실 몰랐었고, 그의 펌질 논쟁에 대한 글에 다른 글(역시 다른 변호사의 글)의 링크를 살짝 남기고 정중하게 '이런 의견도 있네요'라고 코멘트를 달았을 뿐이다. 

새로이 포스팅된 기분나빠 글을 보고선 살짝 당황해서 내 코멘트가 남아있는 거기에 '기분이 상하셨으면 죄송하고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라고 답변을 달고 나서야 내 ip(혹은 id?)가 블랙리스트로 올라서 스팸으로 직행함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난 그 블로그의 rss를 해지하지 않을 배알이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참고로 글쓰며 확인차 오늘 방문해보니 이 사람은 그후로 몇번 더 기분이 상했는지 어쨌는지 2008년 글들을 모두 가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내가 타겟인 글들은 내 google reader에 남아있지롱.)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자존심으로 충만한 분들이 두 그룹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의사나 변호사를 만날 일이 없는 삶이 행복하다.
뭐 사실은 약간 중의적인 의미를 담긴 했지만..


그런데, 이러한 기분 나쁜 상황은 형태를 바꾸어서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며 누구나 전문가이고 누구나 말하기 좋아하며 모두들 남의 의견은 듣기 싫어한다. 블로그의 정신은 트랙백(소통)이라고 하는데, 실상 블로고스피어라고 전혀 다르지 않다. 왜 이렇게 된 걸까? 현대인은 누구나 다 제잘난 멋에 살기 때문인가보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는 이유가 다들 무언가 배우고 무언가 알고 자신을 가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 속의 허전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이기 때문인가보다. (나도 일면 그렇지. 뭐, 어쩌겠어.)

태그 : 전문가
  1. 피버리옷 2009/02/24 16:37 답글수정삭제

    저는 페르소나님 블로그의 진솔성이 참 좋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특히 공감합니다.
    블로그...자신 속의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도구이자
    따지고보면 누군가의 소통 방법과 성격에 대한 유리창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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